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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인플루엔자 경보의 최고 단계인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WHO는 10일 미국,멕시코를 비롯해 감염자 수가 많은 8개국과 경보 격상 여부를 협의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제네바 본부에서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제4차 비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찬 총장은 오후 6시(한국 시각 12일 오전 1시)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플루의 경보를 5단계에서 6단계로 격상시킨다고 발표하고, 제약업체들에게 계절용 백신의 생산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이로써 세계는 21세기의 첫 인플루엔자 대유행 초기로 접어들게 됐다"고 말한 뒤, "WHO는 국경 봉쇄를 권고하지 않으며, 따라서 여행과 무역에 대한 제한 조치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 총장은 특히 "WHO의 평가는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6단계 격상 결정은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을 반영한 것일 뿐, `심각성 정도'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종플루의 대유행 선언은 1968년 홍콩에서 인플루엔자로 약 100만명이 숨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WHO는 지난 4월 29일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위원회 회의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한 전염병 경보 수준을 `대유행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5단계로 격상시켰다. 11일 오후 4시(제네바 시각) 현재 WHO에 공식으로 보고된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멕시코와 미국을 비롯한 74개국에서 2만8천774명으로 늘었으며, 사망자는 멕시코 108명, 미국 27명, 캐나다 4명, 칠레 2명, 코스타리카와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각 1명 등 7개국 모두 144명이다. 미국의 감염자 수가 1만3천2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 6천241명, 캐나다 2천446명, 칠레 1천694명, 호주 1천307명 순이었다. 감염자 수가 100명∼1천명 미만인 곳은 영국(822명)과 일본(518명), 스페인(357명), 아르헨티나(256명), 파나마(221명), 중국(홍콩 포함.174명), 코스타리카(104명) 등 8개국으로 늘었다. 한국의 감염자 수는 53명이었다. 이로써 신종플루는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대양주, 북아프리카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감염국가 수로 보아도 전 세계의 3분의 1을 훨씬 넘어섰다. 현 국제보건규정(IHR)은 전염병 경보 6단계인 `대유행'을 선언하려면 신종플루 진원지였던 미주 대륙을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찬 총장은 또한 "감염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나라들은 감염의 제2차 파도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 바이러스를 계속 모니터하고 그 활동경로를 추적해 제2차 파도로 돌아와 더 큰 문제를 초래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만큼, 사람들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태세 유지를 당부했다. 신종플루 백신 생산에 대해 찬 총장은 "9월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6단계로 경보를 격상했다고 해서 과도한 공황상태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당부한 뒤,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1∼2년 정도 유지될 것이며 몇달 정도 확산된 이후에는 계절적 바이러스와 같은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망자는 25만∼50만명 수준이며, 그런 점에 비추어 신종플루의 심각성은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제네바 대표부 관계자는 "인플루엔자 경보를 6단계로 격상시켰다고 해도 각국이 새롭게 취할 조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신종플루 백신 생산의 정식 권고는 7월초께 WHO 예방접종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며, 본격적인 백신 생산은 9∼10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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