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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글로벌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경제도 요동쳤다. 과도한 증권화와 파생상품 등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일으킨 요인들로부터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다. 한국이 특별히 '혜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파생상품이 뭔지 잘 몰라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시장은 매우 크게 출렁였다. 2007년 말 900원 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2008년 10월 이후 세 차례나 1500원 선을 넘었다. 원화는 이번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였다. 왜 그랬을까? 높은 개방성 때문이다. 투기자본 입장에서 한국은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오기 좋은 시장 중 하나다. 외국인 주식자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최흥식 연세대 교수와 이상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한국금융연구센터(FiREC) 창립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본시장' 논문을 통해 "시장개방과 더불어 우리 금융시장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며 "2008년 중 외국인 주식자금의 변동은 주가 및 환율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6년 이후 외국인 증권투자와 환율간의 상관계수가 커짐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높은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금융시장의 경기순환성을 높인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과도하게 자금이 유입돼 거품을 키우고, 경기가 나쁠 때는 한꺼번에 빠져나가 낙폭을 더 크게 만든다. 이처럼 경기호황기에 단기자금 위주로 유입됐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커진다. 주식시장의 변동성만 키우는 게 아니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한꺼번에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외화 유동성이 악화되고 환율은 올라간다. 이처럼 환율이 상승하면 환위험성이 증대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추가적으로 돈을 빼가면서 악순환이 발생한다. 외국인의 아시아 6개국 주식 순매도 중 한국 43.5% 한편 2006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해외증권투자도 환율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 걱정이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세계 경제 호황기를 맞아 수출이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환율 하락을 걱정했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불리하기 때문. 노무현 정부는 경상ㆍ자본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에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니까 2006년 해외증권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외화 유출 촉진 정책을 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매년 50억 달러 안팎에 그쳤던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2006-2007년 2년 동안에 877억 달러로 늘어났다. 문제는 해외증권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환위험 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도를 늘리면서 은행권의 외화차입이 늘어난 것. 이 과정에서 단기외채 중심으로 외채가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4년에 3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에는 60%를 상회했으며 유동외채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80%대를 기록했다. 반면 브라질 20.7%, 인도네이사 37.2%, 말레이시아 31.2%, 멕시코 28.6% 등 다른 신흥국들의 지난해 단기외채 비중은 우리에 비해 훨씬 낮았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불안정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한국의 국가신용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투자자금을 빼갔다. 논문은 "2008년 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6개국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845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중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43.5%(367.4억 달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가장 많이 빼가면서 환율은 급등했다. "외환보유액 늘리고 외환시장 규모 키워야"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까? 최 교수와 이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개방된 자본시장을 다시 뒤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까지 확충될 경우 원화의 평가절하를 우려한 자산매각 및 자본유출을 방지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자산자격을 안정시키는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은 환율 변동성이 크고 환율 상승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환을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환율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추가적인 외평채 발행이나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통화스왑을 확대해 가용 외환을 늘릴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외환시장의 사이즈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거래량은 세계 18위로 경제규모나 무역 규모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시장규모가 작을수록 쏠림 현상으로 인한 변동성은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의 심도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환보유고 확대, 국제적 저항 존재" 외환보유고 추가 확충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오규택 중앙대 교수는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외환보유고 쌓고 수출을 증대하자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얼마 전 폴 크루그먼 교수가 중국의 과도한 외환보유고 확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이것 때문에 글로벌 임밸런스(불균형)가 생겼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국제적인 저항이 증가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공개 강연에서 "많은 나라가 중국의 무역 흑자에 분노하고 있으며, 더는 중국에 그렇게 많은 무역흑자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무역흑자국이 적자국을 도와줬지만, 지금은 그런 원칙이 깨졌다"며 중국을 '트러블 메이커'라고 비난했다. 크루그먼은 전날 베이징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중국의 무역흑자는 상당 부분 중국 당국의 정책(위안화 환율 조작)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쌓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는 것은 결국 환율을 올린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환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오르면 환투기꾼들에게 단기차익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게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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