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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경제라는 말을 하면서도, 가끔 이게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깜빡깜빡 까먹는다. 경제 상황표만 하루 종일 보고 있으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싫든, 좋든,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복잡한 흐름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1년 전, 2년 전, 이렇게 지난 일에 생겼던 일들을 가끔 복기해보는 습관을 가지시기 바란다.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 전개가 답답하다면, 1년 전 즈음의 일들을 환기해보시기 바란다. 막 대통령에 당선되고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하니까, MB 품목이라는 걸 정해서 특정 소비재들의 가격을 통제한다고 한참 난리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물가를 잡을 수 있지는 않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면 피노체트 정권 등 중남미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정도로 1000%는 쉽게 넘어가는 살인적 물가상승이 90년대에 있었겠는가? 독재자도 물가는 못 잡는다. 전두환은 잡았다. 그가 어지간해서는 경제 실무진의 경제운용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부 있다. 아파트 가격이 왜 내려가느냐고 죽어라고 아파트값 부채질하는 지금, 한국의 물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전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지금, 한국은 유독 물가가 높다. 당연한 일이다. 물가 정책이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쓰고 있는 토목공사와 기업 위주의 정책은 일견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실제 대다수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 즉 '실질구매력'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에서마저 돈줄이 말라붙은 시점이다. 아무리 기업 정책을 쓴다고 해도, 제대로 시장이 작동할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여기 사용해야 할 돈을, 자신을 지지했던 지방토호들과 중앙의 땅부자들이 대운하 공약을 기대하며 샀던 땅값 올려주기 정책을 쓰는 지금, 경제가 살아날 리가 있나?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지금 죽어가는 중이다. 지금 방식으로는 신선이 경제운용을 한다고 해도 어렵고, 정약용이 살아온다고 해도 뭘 하기가 어렵고, 케인즈도 안 먹힐 것이다. 상황은 그렇다. 게다가 산업정책은? 좀 미안한 얘기하자면, 지금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에서의 정부의 조정 정책이라는 것은 짧게 보면 1년째, 길게 보면 한미 FTA 추진한다고 정부가 각 기업들에게 FTA 반대하지 말라고 말하던 3년째 '실종' 중이다. 지금도 최소한 제조업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청와대 벙커에 들어앉은 경제 수장들이 그 안에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실제 데이터를 제대로 검토하고, 분야별 상황을 점검한 흔적이 전혀 안 보인다. 왜 이런지를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좀 행정적으로 치사한 얘기라서 그만 두기로 하자. 그들이 청와대 벙커 안에 있든, 아니면 플라자 호텔 스위트룸에 있든, 지금의 경제팀은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완전 고장' 상태라는 것이 나의 이해이다. 김영삼 정권부터 오랫동안 산업계와 관료들의 측근 거리에서 강만수 차관이 있던 IMF 경제위기 순간의 경제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위는 이상했을지 몰라도, 밑은 이상하지 않아서, 방향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기 극복을 위한 몇 가지 종합진단들을 내렸었고, 최소한 '소통'이라는 것은 있었다. 지금은 움직이는 것도 없고, 소통도 없고, 지혜는 더더군다나 없어 보인다. 최소한 경제라는 눈에서, 지금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면 내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좋다고 생각했는가? 그건 아니다. 김대중 정부에도 잔소리 엄청나게 많이 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아예 대놓고 비판을 해서, 당시 청와대 사람들이 나를 아주 불편하게 생각했었다고 전해 들었다. 최소한 경제라는 눈으로 볼 때, 정치적 지향과는 상관없이 경제적 성과와 생태적 성과, 이 두 가지의 눈으로만 사태를 판단한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국민은 국민대로 골탕 먹고, 국토생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가는 길, 그게 지금 이명박 경제팀이 선택하는 것들이라는 것이 나의 이해다. 한 마디로, 나는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지난 주 이후로 완전히 포기했다. 아마 임기 내에, 국민경제라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임기가 끝났을 때에, 한국의 많은 사회지표와 경제지표는 중남미 국가들과 비슷해져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판단하면서, 정말로 나도 가슴 쓰렸지만, 지금 하는 일이 그렇게 밖에는 해석하기 어려운 것들만 골라서 한다. 그러나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 법, 산 사람은 살아야겠기에 이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볼 수밖에 없다. 워낙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황당했기에 상대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괜찮아 보이기는 했지만, 형편 무인지경인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10년 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이 성과로 거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김대중 대통령이 분명히 잘 했다.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개념이 당시 한국에 도입이 되었는데, 이 장치가 미국식 양극화로부터 한동안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들을 지켜준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런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장치 자체가 아예 없었다면,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경제적 삶은 지금보다 훨씬 고달팠을 것이다. 이 사회적 안전망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기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훨씬 더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인 판단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부터 수 년 동안, 아마 특별한 정치적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우리의 정부 경제팀은 계속해서 '뻘타'를 날리고 있을 거고, 한국 경제는 계속해서 바닥으로 내려갈 것이다. 거시 경제는 원래 정부가 하는 정책을 수단을 주 조절변수로 민간부문과 소비부문을 보완적으로 움직이는데, 강만수 경제팀을 놓고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 사실상 거의 없다. 어쩌면 좋을 것인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라고 그랬나? 10년 전에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장치를 도입했다고 하면, 이번에는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는 개념을 드디어 한국이 이해하고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정부는 사실상 건설업계와 토호들을 위한 일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백화점식 레토릭 외에는 없다. 레토릭에는 실체가 없을 것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시민이라고 해도 좋고, 국민이라고 해도 좋고, 사회적 주체라고 해도 좋다. 하여간 우리들이, 이번 금번 위기에서 결국 '사회적 경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서 실업도 극복하고, 유통에도 참여하고, 지방경제도 살리는, 그런 방법 외에는 위기 극복의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김대중도 뭔가 하고, 노무현도 뭔가 했던 것이 사실이고, 현 정부에서도 뭔가 있기는 하다. 명목상 있기는 한데, '찔끔' 한다. 토목공사에는 명목상으로만 50조 원씩 척척 집어넣으면서 말이다. 물론 한국에 적합한 사회적 경제에 대해 나라고 딱히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야말로 무정형의 것에 가깝고, 아직은 이론화되지 않은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귀에 공구리 친' 정부와 경제가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입씨름하는 것도 귀찮고, 이게 다 허깨비 놀음이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프레시안 독자와 귀한 시간을 놓고, 그런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 주부터는 가급적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얘기들은 줄이거나 최소한으로 하고, 우리가 맞게 될 위기, 그리고 그를 극복할 미래의 모습을 위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보다 많은 시간을 얘기할까 한다. 약간은 뜬금없어 보일 위험이 있지만, 우리가 살아갈 길은 그 길 외에는 없지 않나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만수 장관 붙잡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미네르바처럼 감옥이나 가게 되고, 현실은 아무 것도 안 바뀌지 않는가? 감옥가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말로 나나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들의 시간 낭비일 것이라는 게 너무 뻔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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