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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14차 당사국 총회가 13일 폐막했다. 160여 개국에서 약 90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200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다하는 2013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논의됐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프레시안>은 지난 2회에 걸친 기고에 이어 현지를 방문한 환경단체 활동가의 평가 기고를 싣는다. 이진우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국장은 이번 총회에 참여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평가하면서, 이런 입장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편집자> ① "위기를 틈타 기회를 노리는 그들을 보라" ② "은행들 뒤치다꺼리할 때 지구는 '할딱할딱'"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있어 한국은 항상 두 가지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비부속서 국가(Non-Annex I)'라는 개발도상국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받은 국가라는 총회 참가자들 인식 속의 지위이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2012년까지 효력이 지속되는 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국의 상황을 말해주면 의외라는 듯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곤 한다.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국가이다. 에너지 사용량은 세계 10위고, 석유 소비량은 세계 5위이며 흔히 국력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GDP도 13위이다. 이런 지표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의아해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놓고 현재의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건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고, 온실가스의 수명이 50~200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진국들이 실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은 산업혁명 이후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으로도 23위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해야 하는 국가가 38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자신을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 정부의 목적은 오로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 회피 한국 정부의 금번 총회 입장은 두 문장으로 압축된다. "제2차 공약기간 중(2013~) 부속서(Annex)1 국가들의 선도적이고 추가적인 감축 목표 설정과 이의 달성을 위해 감축 수단이 논의되는 데는 동의"하고, 개발도상국은 "작위적인 개발도상국 세분화보다는 각국의 능력에 상응한 실질적 감축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한국이 의무 감축 국가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매혹적인 제안으로 들린다. 선진국이 더 많이 감축하고, 개발도상국에겐 경제 발전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식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의 주된 목적은 지구 온난화 방지에 있다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대한 의무 감축을 늦추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속내를 숨기기 위해 한국 정부는 회기 중에 '장기 협력 행동 특별 작업반 회의(AWG-LCA)'에 여러 가지 제안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AWG-LCA에서는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장기 목표 설정, 적응, 재정 지원 등 가장 첨예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제안서는 개발도상국과 일부 NGO의 지지를 받으며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내용은 크게 지구 온난화 완화를 위한 접근 방법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기술 지원 체계에 관한 것인데, 특히 개발도상국의 자발적 감축 방안에 대한 제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2020년도를 기준으로 하는 자발적인 감축 방안(NAMAs)을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개방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받아들여질지의 여부를 떠나 양측 모두에게 솔깃한 제안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일부 NGO들마저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인터뷰를 해보면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한국 정부가 세우고 있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보면 2020년까지는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나오는데, 그것이 한국 제안서에서 나온 시기와 일치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결국 한국 정부의 제안은 자신들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막기 위한 저열한 접근에 불과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합의인가, 이것이 포인트 온실가스 감축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쨌든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야 하는 수준이란 게 있는 것이다. 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우리는 현재 쓰고 있는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 그 시점을 지나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게 그들의 경고다. 따라서 그것이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누군가는 그 수치만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부담스러운 국가들에게 달콤한 사탕은 될지 모르겠지만 '지구 온난화 완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에는 물 타기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의 제안대로 개발도상국들이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등록하는 방법은 개발도상국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반강제적인 성격을 갖겠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협력하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만 해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목표 아닌가! 그렇다고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이 도와줘야 할 몫까지 더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최악의 경우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게 되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가 도출되어 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창피하기도 지겹다" 이번 당사국 총회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이중적 태도를 알리고 한국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맞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사회단체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한국 정부 대표 연설을 진행하는 총회장에서 장관 연설과 동시에 "Korean Delegation, Take off the Mask and Show Honesty and Sincerity!(한국 정부 대표단은 가면을 벗고 진실을 보여라)"란 이름으로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에는 한국이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실상은 선진국에 다름없고 따라서 온실가스 의무 감축 선언 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성명서를 읽은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었냐며 놀라워했다. 한국 정부가 우리들은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고 우기는 것도 웃지 못 할 일이지만, 환경단체와 노동조합들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청정 개발 체제(CDM)'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한국은 청정 개발 체제에서 발생되는 배출권(CERs) 순위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4위에 이른다. 청정 개발 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투자해 얻어지는 배출권을 선진국의 배출권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이다. 유럽연합(EU)이 청정 개발 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분류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청정 개발 체제의 이익이 중국이나 인도 등에 너무 집중되어 있고, 선진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등이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EU의 제안에는 무조건 반대이고, 오히려 청정 개발 체제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는 한국을 돈만 아는 부도덕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여, 의지를 보여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대표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에 관심이 많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게 핵 발전의 비중만 높이는 성장이란 걸 알면 전 세계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구 온난화 완화는 경제의 문제이기 전에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다. 우리가 가야할 목표가 명확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위험한 줄타기를 그만두고, 국제적 위상과 도덕적 책무에 걸맞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환경문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일러준 건 국·검정교과서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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