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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한국 내에서는 '샌드위치 경제론'이 최대 화두였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샌드위치'된 한국 경제의 진로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저가 상품에 밀릴 경우, 한국 경제는 활로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는 중국에 대한 경계와 공포는 매우 컸다. 1년이 지난 2008년 중국은 또 다른 형태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크게 타격으로 입으면서 중국은 세계경제의 버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13억 인구로 세계 경제를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구할 최대 소비 여력이 있는 국가가 아니냐는 기대다. 그러나 정작 중국 내부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8% 경제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브레이크 걸린' 중국 경제는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1월 한국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18.3%나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중국 수출 감소다. 수출은 그나마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요소였다는 점에서 수출 급감의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최대 리스크 요인 중 하나"…대중국 수출 급감 "중국이 내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조홍래 한국투자금융지주회사 전무의 말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20%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그만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클 것이란 평가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급감했다. 이는 미국의 IT 붕괴 조짐을 보이던 2001년 12월(20.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27.8%나 급감해 전체 수출 감소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내년 한자릿수 경제성장 가시화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이제 막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것. 중국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9%로 떨어졌다. 지난 2002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다 한자릿수로 주저앉은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한자릿수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만 내년 1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국내와 세계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로 여겨졌던 '8% 경제성장률'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매년 약 1500만 명이 노동력으로 유입되는 중국에서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질 경우 실업률이 급등할 수 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9.2%에서 7.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5%대 전망도 있다. 프랑스계 아시아주식 전문 증권사 CLSA 에릭 피시윅(Eric Fishwick) 이코노미스트 5.5%를 제시했다. 실물경제 빠르게 위축…농민공들 다시 고향으로 이처럼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실물경제 여기저기에서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공장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속도가 지난 몇십년 만에 가장 빠르다. 지금 같은 매출 둔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자동차회사들은 구제금융을 받으려고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주식시장은 붕괴되고, 주택가격은 여러 도시에서 35% 이상 떨어졌고, 부실 채권이 은행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뉴스위크>의 조지 웨프리즈(George Wehrfritz) 기자는 지난달 22일 칼럼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제 중국마저 30년 동안 지속돼온 고속 성장이 옛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13억 인구는 고성장 시기에는 최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지만 경기 위축기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 엔진'인 광둥성에서 7만여 개 공장이 문을 닫는 등 대량실업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춘절(설)에 최대 귀향행렬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일시 휴업 등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들의 숫자가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대졸 미취업 10%p 급증…'공시족' 열풍도 청년 실업도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1월 30일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중국 대졸자 약 560만 명 중 30%에 해당하는 170여만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대졸 실업 사태는 지난 1998년부터 추진된 대학 증원으로 10년간 대학생 수가 10배 가까이 늘어난데 근본 원인이 있지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광둥성 둥관(東莞)시에서 열린 취업설명회 참가 기업은 지난해보다 40%나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민간기업 고용이 급감하자 중국 내에서도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1만3566명을 뽑는 데 역사상 가장 많은 77만5000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은 57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또 농촌으로 내려가는 현상도 뚜렷하다. 상하이(上海)시의 경우 대졸자 15만 명 중 2684명이 촌(村)지역의 공산당서기 보좌직인 '춘관(村官)'에 지원했다. 이중 선발된 인원은 477명에 불과했다. 중국판 '뉴딜 정책' 성공할까 이런 경기침체 조짐에 중국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4조 위안(약 5900억 달러)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로, 항만, 철도는 물론 농촌기반시설 건설 등에 자금을 대량 투입하는 '중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판 뉴딜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뉴스위크>의 웨프리즈 기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5900억 달러의 4분의 1만이 새로 투입되는 자금일 것으로 추정하며, 그 외에는 전부 이전에 발표된 지출계획, 향후 감세, 지방정부로 이양된 인프라 구축 계획 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웨프리즈 기자는 또 "급속히 발전한 동부와 낙후된 서부 사이의 균형 발전, 계층간 소득 격차 축소 등" 중국이 안고 있는 '고성장의 폐해'를 털어내지 않고서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버팀목으로써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내수 경제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주도형 성장 엔진 대신 사회안전망으로 지탱되는 소비 모델"을 새 성장 모델로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10여년이 지난 뒤인 1950년대 미국은 역사상 빈부격차는 가장 적으나 가장 풍요한 시대인 '황금기'를 향유할 수 있었다. 현재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단정하기 이르다. 웨프리즈 기자는 "2009년 중국은 아주 엄격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급등, 중국 진출 기업에 '악재' 원-위안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안화는 1년 전만 해도 1위안에 125원 수준이었는데 올 9월부터 급격히 올라 최근엔 220원대까지 올랐다. 원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1년 만에 75%, 최근 3개월 만에 50% 상승했다. 위안화 강세는 대중국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워낙 많다는 점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환율이 급등했을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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